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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이상하고 아름다운 dxyz와 함께하는 호두 타르트

연출·음악·최승윤이 어우러진 '단막극'…영상 속 와인과 커피는 실제로 구매 가능

2019.09.30(Mon) 10:23:59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dxyz 유튜브 캡처


늘 그렇듯이 슬리퍼를 신고 달걀 한 판을 사러 동네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며칠 전과는 달리 발가락 끝에서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조만간 양말을 신어야겠구나. 

 

dxyz – 두 여자와 진실의 숲

 

달걀을 사서 나의 SNS 친구인 이엠엠에이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수란을 만들어 먹을 참이었다. 발가락 끝에 콜라캔이 채인다. 거참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서.

 

콜라에는 햄버거.

 

햄버거가 먹고 싶다. 강건하고 단호한 푸딩은 유턴을 하지 않지만 유약하고 변덕이 심한 나는 유턴을 해서 왔던 길을 거슬러 햄버거 가게로 향한다. 무엇을 추가할까? 감튀? 치즈? 베이컨? 채소? 다 추가하면 가격이 얼마지? 키오스크 앞에서 내 손가락은 추가와 삭제를 반복한다. 

 

dxyz – 두 여자와 햄버거

 

‘dxyz(DEUXYEOZA: 두여자)’의 영상 속에는 음악이 있고, 그 음악에 맞춰 대사가 흐른다. 음악과 대사가 얽혀있기에 단막극 같기도,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다. 음악은 대사를 박자에 엮어서 가사의 영역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영상 안의 색감·배경·​소품·​의상·​배우들의 표정·​말투·​동작 등이 한데 모여 dxyz의 세계가 완성된다. dxyz에서 만든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은 그 세계에 풍덩 빠졌다가 묘한 기분을 안고 현실로 돌아온다. 그 맛을 못 이겨 반복해서 재생 버튼을 누른다.

 

dxyz에선 영상 안에 나온 것과 똑같은 옷을 팔기도 하고, 그 옷과 성냥·라이터·​와인과 커피를 파는 공간을 운영하기도 한다. dxyz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dxyz – 두여자와 도둑들

 

dxyz의 초기작에선 극적인 요소가 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dxyz – 두 여자와 요리방송(두 여자 시즌1 EP7)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이 자주 쓰던 표현처럼 ‘이상하고 아름다운’ 창작물을 접하면 출처가 궁금해진다. 어디서 공부하고 무엇을 먹으면 이런 걸 만들게 되는 걸까? ‘두 여자’에서 ‘두’를 ‘deux(2를 뜻하는 불어)’​라고 썼으니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을까? 저렇게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려면 머리가 좋아야겠지?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프랑스식 양과자를 만드는 ‘라뚜셩트(La Touchante)’에서 호두 타르트를 새롭게 출시했다. 오픈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매장을 내고 주방 확장 공사를 하느라 내내 바빴던 라뚜셩트가 간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프랑스와 호두가 모두 들었으니 필연처럼 치명적인 우연이다. 

 

라뚜셩트의 호두 타르트. 사진=이덕 제공

 

dxyz의 3대 요소는 연출, 음악, 그리고 최승윤이다. dxyz 시즌2에서 최승윤이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고 새로운 시즌에 다시 등장하자 모두 환호했다. 

 

최승윤은 동화책을 읽어본 적 없는 이모가 5살 조카에게 최선을 다해 동화책을 읽어주듯 또박또박 그리고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만화에서 컷이 넘어가듯 무표정에서 갑자기 다른 표정이 나타났다 입안에서 크림이 녹듯 순식간에 사라진다. 혹시 춤을 굉장히 오래, 아주 잘 추는 사람이 아닐까. 스치듯 지나가는 간단한 동작에서도 멋진 선을 보여준다. 그저 꼿꼿이 서 있기만 해도 혹독하게 단련된 척추기립근의 기운이 느껴진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표정과 말투와 움직임이 dxyz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최승윤이 두 명 나오는 dxyz – 두여자와 생방송

 

낯설고 멋있는 dxyz의 세상에 함께 하기에 라뚜셩트의 호두 타르트는 좋은 동반자다. 익숙하고 고소한 호두의 풍미는 크림에서 풍성하고 부드럽게, 프랄리네(praline·설탕에 견과류를 넣고 졸인 것)에서 아그작아그작 달콤하고 쌉싸름하게 등장한다. 새콤한 오렌지 마멀레이드가 틈틈이 고개를 내미니 지루할 틈이 없다. 프랑스가 들어있어 deux(두) 여자와 잘 어울리고 호두가 들어있어 더욱 명민한 두뇌활동으로 dxyz의 치밀한 영상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dxyz – 두 여자와 시력검사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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