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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넷플릭스의 '1등주의' 플랫폼 전쟁서 살아남을까

CEO도 내치는 기업문화, 디즈니등 플랫폼 경쟁자 증가로 위기

2019.09.23(Mon) 11:34:46

[비즈한국]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유튜브와 넷플릭스일 겁니다.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걸 고려하면,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는 넷플릭스가 아닐까 합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으로 콘텐츠 업계를 뒤바꿔 놓았습니다. TV를 대체한 수준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은 모든 걸 바꿨습니다. 다수를 위한 대중 영상보다 세계 팬 개개인을 위한 독특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지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포스터. 자료=넷플릭스 한국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도 넷플릭스 여파가 컸습니다.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대작이 나오는가 하면, 한국판 좀비 사극 ‘킹덤’처럼 세계를 노린 색다른 콘텐츠도 등장했습니다. 박나래, 유병재 씨처럼 지상파에 나오기에 뭔가 ‘독한’ 캐릭터가 넷플릭스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듭니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케이블에서 다시 넷플릭스 등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콘텐츠 제작계가 개편된 겁니다.

 

넷플릭스가 비단 콘텐츠에만 영향을 준 건 아닙니다. 맨땅에서 세계 최고의 플랫폼을 만든 넷플릭스의 인사·기업문화도 의미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기존 실리콘밸리 업체보다 해고가 잦은 그룹이었습니다. 대신 최고의 연봉과 대우를 해줍니다. 성과만 좋다면 출퇴근 기록도 필요 없습니다. ‘최고의 대우를 해 줄 테니, 너희도 세계 최고가 돼라.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기업문화는 단숨에 화제가 됐습니다.​

 

넷플릭스의 전 최고인재책임자 패티 맥코드는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회사 문화를 주제로 ‘파워풀’​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넷플릭스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경쟁자가 많아진 겁니다. 디즈니 플러스를 다룬 기사에서 말했듯(관련기사 [리얼 실리콘밸리] ‘디즈니 플러스’ 올해 시동, 넷플릭스 떨고 있나) 워너미디어, NBC 유니버설, 디즈니 등 콘텐츠 제작자가 아마존, 훌루 등 소수 경쟁자만 있던 영상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겁니다.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넷플릭스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개성 있는 기획은 아마존이 만만치 않게 해냅니다. 워너미디어, NBC 유니버설 등은 ‘오피스’나 ‘프렌즈’처럼 흥행한 영상의 지식재산권(IP)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디즈니, 픽사, 마블, ESPN 등은 지상 최고의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지도에서 넷플릭스만이 가지는 이점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넷플릭스만의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부터 사용자 콘텐츠 추천까지, 모든 일을 알고리즘으로 처리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는 게 강점이라 말하는 회사입니다. 신규 콘텐츠 제작이나 기존 콘텐츠 리뉴얼 등에 사용자 시청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거지요. 이를 통해 기존 영상 콘텐츠는 제공하지 못하는 걸 가져온다고 넷플릭스는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 경쟁사는 압도적인 제작 역량과 기존 성공작이 재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중에는 넷플릭스가 두려워할 만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갖춘 아마존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위기에 봉착한 이유입니다.

 

넷플릭스의 ‘세계 최고 인재 유치’ 전략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로 대우한다. 대신 최고가 아니면 내보낸다’는 것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이는 회사가 항상 세계 최고일 때만 가능합니다. 회사가 최고가 아니라면, 최고의 인재가 그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겠죠. 최고가 아닌 인재는 냉정하게 내보내는 회사가 갑자기 직원에게 회사와의 ‘의리’를 강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넷플릭스의 위기를 다룬 CNBC 뉴스.

 

넷플릭스의 초대 최고경영자(CEO)였던 마크 랜돌프는 최근 자서전을 통해 넷플릭스의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창업 시절 물주 역할을 하다 공동 CEO가 된 리드 헤이스팅스는 ‘왜 당신이 CEO로 적합하지 않은가’라는 프레젠테이션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마크 랜돌프를 강등시켰습니다. 이후 마크 랜돌프는 사임해야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창업자조차 내치는 냉정한 회사인 거지요.​ 지금도 넷플릭스는 헤이스팅스 외에 모든 걸 바꾸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최고의 브랜드 랭킹’에서 디즈니는 10위에 올랐습니다. 최상위권에 넷플릭스의 이름은 없습니다. 경쟁자인 아마존은 4위지요. 브랜드 가치 전체 1위인 애플도 ‘애플 TV’로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한때 넷플릭스의 주가는 디즈니를 능가했지만 이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합니다. 최고 인재로 회사를 만들던 넷플릭스는, 자신보다 거대한 신용을 가진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회사 문화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넷플릭스의 위기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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