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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당신의 에코백이 진짜 '에코'가 되려면

2만 번 재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안 쓰는 에코백, 텀블러 다시 꺼내자

2019.09.03(Tue) 11:23:49

[비즈한국] 환경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회용컵, 비닐봉지를 일상에서 가장 없애고 있다. 그 대안으로 텀블러와 에코백이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에코백이 있다. 전시장에 가도 과거엔 비닐봉지에 담기던 자료가 이젠 에코백에 담긴다. 쇼핑백을 에코백으로 주는 매장도 있다. 비닐봉지가 사라지는 대신 에코백을 비닐봉지 주듯 마구 주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졌다.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일회용 컵을 매장 내에서 못 쓰게 했다. 그러면서 텀블러 판매가 급증했다. 이왕이면 멋지고 예쁜 텀블러를 가지려고 스타벅스에서 철마다 나오는 걸 사기도 한다. 텀블러 수집이 취미가 된 사람도 생긴다. 너무 많은 에코백과 텀블러. 이젠 오히려 텀블러와 에코백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 재질의 에코백은 7100번, 유기농 면으로 된 에코백은 2만 번 재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한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일회용품을 대신해 하나를 계속 써서 자원 절감도 하고 환경 보호도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지 않고 너무 많이 가지다 보니 원래 의도와 달리 환경을 해치는 셈이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만들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비닐봉지와 종이컵을 만들 때보다 훨씬 더 많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 관점으로만 보면 에코백과 텀블러가 겉으론 환경 보호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환경 파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환경청은 수명 주기 연구를 통해, 면 재질의 에코백은 비닐봉지(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와 비교해 131번을 재사용해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면 재질의 에코백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비닐봉지와 비교해 7100번 재사용해야 하고, 유기농 면으로 된 에코백은 2만 번 재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많이 써야 될 거면, 그냥 비닐봉지를 여러 번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덴마크의 환경식품부는 마트에서 가져온 비닐봉지를 최대한 재사용한 후 재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비닐봉지를 일회용이 아니라 여러 번 쓰고, 에코백은 한 가지만 가지고 꾸준히 계속 써야 한다.

 

미국에 있는 수명 주기 에너지 분석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에 따르면, 유리 재질의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최소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이상을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보다 환경 보호 효과를 낸다. 

 

좋은 의도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텀블러와 에코백이 너무나 많아서 문제다. 기업은 텀블러와 에코백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드러낼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짜로 주는 텀블러와 에코백이 예쁘지 않은 데다 이미 너무 많이 갖고 있다. 오히려 집집마다 안 쓰는 텀블러와 에코백 모으기 운동을 마케팅 차원에서 누가 하면 좋을 듯하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새로 만들기보다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순환시켜 나눠 써야 한다. 기업이 나서서 해도 좋다. 이것이 에코백 만드는 마케팅보다 더 트렌디한 마케팅일 것이다.

 

적어도 텀블러는 한 개로 1년은 써야 하고, 에코백은 몇 년씩 써야 한다. 세련되고 멋진 새것이 아니라, 낡고 오래된 텀블러와 에코백을 쓰는 게 멋스러워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필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좋은데, 친환경인 척하는 마케팅이 너무 많아졌다는 건 경계할 일이다. 

 

제발 에코백은 그만 만들자. 일회용처럼 쓰는 에코백보단 차라리 비닐봉투가 낫다. 아니 종이봉투로 하자!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 친환경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클라스’를 따질 때가 왔다.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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