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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결정 '인보사 사태' 종국으로 치닫나

코오롱생명과학 미국 임상3상 재개에 사활, 업계 "신뢰 잃어"…최종확정까진 시간 더 걸려

2019.08.26(Mon) 19:27:58

[비즈한국]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의 주권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허가 취소를 결정한 지난 5월 28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결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한국거래소는 신중히 처리하겠다며 6월까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을 미뤄오다 지난 7월 5일 코오롱티슈진을 상장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식약처가 최종적으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직후였다. 이후 코오롱티슈진이 경영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20영업일 정도 기업심사위원회가 판단 끝에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확정됐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 ‘인보사’ 코오롱티슈진 상장 핵심 요소…주주, 환자들에게도 영향 불가피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인보사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에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고, 코오롱티슈진은 같은 해 11월에 상장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심사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받을 때 낸 서류를 똑같이 제출했다. 하지만 이 서류는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애초 허가받을 때는 2액이 연골세포였지만 식약처 조사 결과 신장유래세포라는 점이 밝혀진 것.

 

한국거래소는 허위로 작성한 내용이 상장심사와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코오롱티슈진이 고의로 서류를 허위로 기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33조 2에 따라 이 두 가지 내용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혀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인보사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장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자본금 전액이 잠식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를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세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두고는 ​아직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무자들이 처음부터 세포가 다른 점을 알고도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처럼 연골세포에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삽입해 2액을 만드는 게 현재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인보사 2액은 신장세포' 코오롱 은폐 의혹에 전문가들의 일침)

 

한국거래소는 허위로 작성한 내용이 상장심사와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코오롱티슈진이 고의로 서류를 허위로 기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사진=최준필 기자


기나긴 시간 끝에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결정됐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2년 반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폐지가 결정된 후 15영업일 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차 심의를 거친다. 만약 이 결과를 두고 코오롱티슈진이 이의를 제기하면 3차 심의가 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가 확정되면 정리매매에 돌입하는 수순이다.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폐지함에 따라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개미 투자자들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동찬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는 “주주들은 회사 자체 혹은 경영 악화 책임이 있는 개인(실무자), 혹은 실질적인 주인에 해당하는 지주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사실상 쉽지 않다”며 “환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돈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상장 폐지가 된 회사는 수익을 내지 못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코오롱생명과학, 미국 임상3상에 사활 걸 듯

 

향후 코오롱티슈진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코오롱티슈진의 지분을 12.57% 가진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오사업 외에도 합성의약품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오사업을 견인하던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미 코오롱생명과학도 치명타를 입었다. 지난 14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결국 코오롱생명과학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인보사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미국 임상3상 재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는 지난 2월 미국 임상3상 과정에서 주성분 중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져 임상시험이 잠정 중단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재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인보사 사태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줄곧 미국 임상3상 재개에는 무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2일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의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인보사에 대해 세포가 바뀌었더라도 품질과 안전성 및 효능에는 영향이 없다는 논문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도 “인보사 원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과 협력해 현재 중단된 미국 임상 3상을 이른 시일 내 다시 진행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미국 내 임상실험을 관리감독하는 식품의약국(FDA)에서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약회사로서의 책임감마저 저버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발표한) 논문은 코오롱티슈진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진행됐다.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신뢰를 잃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임상을 재개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 내다보는 시각도 많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투자자는 물론 인보사 투약환자와 보험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대표 제품이다. 이미 큰 문제가 터졌는데 미국 임상이 다시 진행된다고 할지라도 국내에서 버틸지 의문이다”며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인력이 다 나가고 소송에 계속 휘말릴 수 있는데 과연 회사가 살아남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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