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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백종원이 "주인의식 가진 직원은 없다"고 한 까닭

본질적인 위치 차이로 '사장 같은 직원'은 불가능…업무 공백 막으려면 매뉴얼화 중요

2019.08.13(Tue) 10:36:26

[비즈한국] 얼마 전에 백종원 대표의 강연 내용이 SNS와 커뮤니티를 달궜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백종원 대표는 “‘내 직장이니 스스로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없어요”라고 잘라서 답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알아서 일하는 직원’에 대한 환상은 모든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환상 중의 하나다. 스스로 어떤 일이든 찾아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만큼 사업에 큰 도움이 되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 방법도,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을 뽑을 수도 없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내 직장이니 스스로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없어요.” SNS에서 화제가 된 백종원 대표의 강연 캡처.

 

이렇게 뛰어난 멘털리티를 갖춘 직원은 모든 사장님이 원하는 매우 뛰어난 직원이다. 그런데 이런 뛰어난 직원들은 아무 곳에서나 일하지 않는다. 고용인들이 피고용인을 평가하는 것처럼 피고용인도 고용인과 기업, 일자리를 평가한다. 이 때문에 직원의 질적 수준과 일자리의 수준은 비례하는 경향성을 가지게 된다. 좋은 기업, 좋은 일자리일수록 더 좋은 직원들이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의식은 대기업 직원들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회사와 함께 직원이 고속성장을 하는 곳에서 드물게나마 볼 수 있음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고용인들이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을 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 주인의식이란 개념을 잘 생각해보면 이것 자체가 직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주인의식이란 말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다르긴 하나 정리를 해보면, 고용인이 시키지 않아도 피고용인이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주인을 편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달리 이야기하면 주인 대신 주인처럼 일할 피고용인을 원한다는 것이다.

 

피고용인이 하는 업무와 책임은 고용인과는 많이 다르다. 고용인인 사장의 핵심 업무는 가게를 경영하고 관리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직원을 고용한다. 이러한 업무 범위 때문에 직원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다. 

 

또 사장은 경영 성과에 책임을 지는 존재다. 사업에 자신의 자본이 투입되고 결과에 따라 손실을 입기도 하며 성과가 좋을 경우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도 한다. 사장과 직원이 느끼는 책임감의 차이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서로의 위치가 가지는 본질적 차이가 의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기에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주인의식을 형성시킬 수 없다.

 

고용인인 사장은 경영자이자 관리자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피고용인인 직원이 눈앞에 일거리가 보여도 하지 않는 것은 대놓고 업무 태만이 아닌 이상에야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책임이 분산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책임이 분산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눈앞에 명확히 보이는 일도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곧잘 벌어지곤 한다.

 

사장과 직원은 서로의 위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주인의식을 형성시키기는 어렵다.

 

관리자(사장)의 업무가 직원에게 업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일임을 생각하자. 따라서 책임의 공백 상황에서 발생한 미처리 업무가 발견될 경우에 이를 배분하고 해결하는 역할 또한 관리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된다.

 

이러한 문제를 가급적 줄이려면 업무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매뉴얼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운영 과정에 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매뉴얼화를 통해 직원의 정기적 업무로 편입시켜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매뉴얼화와 업무와 책임의 분장이 분명해질수록 그곳은 모든 사장님이 바라 마지않는 ‘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 사업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업장이 잘 돌아가길 바란다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에 3만 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면서도 회장이 직접 점포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은 바로 이 매뉴얼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이 없다는 이야기는 ‘내 대신 일을 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투정으로 여겨야 한다. 사실 이런 투정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고용인이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의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은 없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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