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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모빌리티의 미래' 쥔 차량 공유 플랫폼 '뷰로그'

스타트업·자동차회사·렌털업체 등에 이동수단 뺀 '모든 것' 제공 어마어마한 데이터 축적

2019.08.07(Wed) 19:05:11

[비즈한국] 이 칼럼에서도 자주 다루지만, 최근 수년간 스타트업 투자는 물론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크고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테크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모빌리티라고 할 만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개인·법인 택시와 버스 사업자들을 비롯한 기존의 서비스 제공자들과 끊임없이 크고 작은 충돌을 빚지만, 이는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차량을 비롯한 이동수단의 가치가 점차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이동 서비스 즉 모빌리티의 개념 자체가 위치 추적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에 의해 바뀌어가고 있다. 

 

이미 유니콘이니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이니 하는 범주를 뛰어넘은 우버와 같은 거대 사업자들이나, 연이어 전 세계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유니콘 제조기 소프트뱅크 같은 큰손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전 세계 대도시 어디를 가나 킥보드와 전기 스쿠터를 비롯한 공유용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단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에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뷰로그 덕분이다. 사진=뷰로그

 

여기서 잠깐.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 쏟아지는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동차와 스쿠터, 자전거, 킥보드 등의 하드웨어도 그렇지만, 가입자 프로필과 사용 내역을 관리하고,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동수단들을 빠르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최적의 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이, 그렇게 뚝딱뚝딱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할 리가 없을 텐데?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또 다른 스타트업이, ‘아무도 모르는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뷰로그(Vulog)이다. ​ 

 

프랑스 남부 니스에 본사를 둔 뷰로그는,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자에게 필요한 갖가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공급한다. 모바일 앱과 웹 인터페이스, 차량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별도의 GPS 장치와 인증·결제 도구 등 차량이나 이동수단에 설치해야 하는 일련의 하드웨어, 사용료 정산과 효율적인 차량 배치·분산을 위한 백엔드 시스템(여기에는 당연히 AI와 데이터 사이언스가 포함된다), 주차장이나 주유소 등 협력업체 시스템과 연동을 위한 인터페이스 등등, 이동수단 자체를 제외한 모든 것을 턴키로 제공하며 사업자의 필요, 특히 지역별 특성에 맞춰 현지화가 가능하도록 유연한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사업자는 이동수단만 준비하면 뷰로그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어디에서건 신속하게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불문하고 세단, 경트럭, 밴 등의 3·4륜 차량은 물론 스쿠터와 킥보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이동수단이 포함된다.

 

공공 차량 공유 시스템으로 처음 성공한 파리의 오토리브(Autolib)는 정해진 장소(베이스 스테이션)에서 공유 차량을 빌리고 사용이 끝나면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는 시스템이었다(이는 기존의 렌트카 서비스의 결정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의 주요 트렌드는 프리-플로팅(Free-floating) 타입이다. 즉 사용이 끝나면 아무 곳에나 차를 두고 떠날 수 있어 왕복이 아닌 편도 운행이 가능한 차량 공유 서비스이다(물론 불법 주차는 곤란하다). 뷰로그는 프리플로팅에 특화된 플랫폼임을 내세우며, 해당 지역의 규제 등으로 인해 프리플로팅이 어려울 경우 주차장이나 주유소 등을 베이스 스테이션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솔루션도 제공한다. 

 

뷰로그는 현재 5개 대륙 25개 도시에서 자동차 메이커, 판매업자, 렌털 업체, 에너지 회사, 지자체, 비영리단체 등에게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한다. 매 2초에 한 건씩의 차량 공유 운행이 뷰로그의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뷰로그는 현재 5개 대륙 25개 도시에서 자동차 메이커, 판매업자, 렌털 업체, 에너지 회사, 지자체, 비영리단체 등에게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한다. 매 2초에 한 건씩의 차량 공유 운행이 뷰로그의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진=뷰로그

 

이 중에는 단일 플랫폼으로는 북미 최대의 프리플로팅 차량 공유 서비스인 캐나다 밴쿠버의 에보카(Evo Car)가 있다. 이 서비스는 자동차 사용자들의 조합이자 비영리 단체인 BCAA(British Columbia Automobile Association)가 뷰로그의 시스템을 사용해 2015년에 250대의 도요타 프리우스로 시작해 1년 만에 차량 대수를 3배로 늘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밴쿠버시에서만 1500여 대의 프리우스를 공유 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단일 서비스 또한 뷰로그의 솔루션을 기간망으로 사용한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 그룹(PSA)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리투무브(Free2Move)는 푸조와 시트로앵뿐 아니라 PSA가 GM으로부터 대여한 쉐보레 이쿼녹스, 크루즈 등을 포함한 차량 600여 대로 2018년 말에 론칭했다. 

 

뒤늦게 차량 공유와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자동차 메이커들도 자체 개발보다는 뷰로그를 비롯한 전문업체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속속 공유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디젤게이트의 핵심에서 e-모빌리티의 선두로 뒤늦게 변신을 꾀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 또한 베를린에서만 1500대의 e-Golf 차량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전기차 공유 서비스인 ‘위셰어(WeShare)’를 운영 중이다. 자사의 신모델인 소형 전기차 e-Up! 500대를 내년 초에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며, 기존 모델의 전기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전용 라인업인 ID.3도 내년 중순에 출시되는 대로 WeShare에 투입할 예정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자회사인 체코의 스코다와 함께 프라하를 비롯한 동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이 분야에서 경쟁사들에 한참 뒤처졌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독일의 다임러벤츠는 이미 2008년에 카투고(Car2Go)라는 이름으로 스마트와 메르세데스를 비롯한 자사 차량 위주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해 유럽은 물론 북미와 아시아의 26개 지역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BMW도 다임러벤츠보다는 늦었지만 2011년에 드라이브나우(DriveNow)를 론칭해 차량 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양사는 2019년 초에 두 서비스를 통합해 ‘셰어나우(ShareNow)’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했다. 

 

뒤늦게 공유 서비스에 뛰어든 폭스바겐그룹은 뷰로그의 솔루션을 활용해 자사의 최신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투입해 경쟁사를 추격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사진=뷰로그

 

폭스바겐으로선 전 세계 30개 도시에 2만여 대의 차량을 배치한 셰어나우에 대항해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뷰로그와 같이 이미 검증된 외부 솔루션을 활용하되 자사의 최신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투입하는 것이 폭스바겐의 추격 전략인 셈이다.

 

뷰로그의 고객들은 자동차 메이커와 지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종 산업 간의 모빌리티 협업 또한 뷰로그 플랫폼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한국의 기아자동차는 세계 10대 석유 기업인 스페인의 렙솔(Repsol)과 합작 법인을 설립, 마드리드에 전기차 ‘니로’ 500대를 투입해 ‘위블’이라는 이름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리플로팅 기반이되, 마드리드 전역에 퍼져 있는 렙솔의 주유소를 활용해 주차, 충전 및 정비 서비스 또한 제공한다.

 

차량 공유로 인해 직격타를 맞게 될 대표적인 산업군인 렌털 업계 또한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멕시코의 자동차 렌털 업체인 알라모는 칸쿤을 비롯한 15개 시장에서 자사가 보유한 1300대의 차량에 뷰로그의 플랫폼을 장착, 기존의 일 단위(24시간) 렌털이 아닌 초단기, 실시간 온디맨드 방식의 렌털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뷰로그는 80년대 초반부터 20여 년간 르노, 푸조, 도요타 등 자동차 회사에서 지능형 교통 시스템,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조르주 갈레(Georges GALLAIS)가 2006년에 창업했다. 아직 아이폰이 등장하기도 전이다. 

 

갈레는 2001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책 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INRIA(Institut national de recherche en informatique et en automatique: 국립정보통신자동화연구소)로 이직해 프리플로팅을 비롯한 유연한 차량 공유 플랫폼을 연구하다가, 20살이나 어린 동료 연구원 다비드 앙셀렘(David Emsellem)과 함께 창업했다. 이미 50에 가까운 그가 어떤 가능성을 보고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창업의 길에 들어섰는지는 알 수 없으나, 뷰로그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한 것은 8년이 지난 2014년에 이르러서였다. 

 

뷰로그 창업자 조르주 갈레(왼쪽)과 현 CEO 그레고르 듀콩제. 사진=뷰로그

 

전 세계적인 차량 공유 및 모빌리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뷰로그는 2014년에만 사업 규모를 2배로 늘리고, 2015년에 840만 유로의 첫 투자를 유치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BpiFrance의 Ecotechnologies, 영국의 ETF(Environmental Technologies Fund) 등 사업성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주였다. 이후 매해 두 배씩 성장을 거듭하더니 2016년에는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회사 발레오의 CFO를 역임한 그레고리 듀콩제(Gregory Ducongé)를 CEO로 영입하고 조르주는 2선으로 물러났다. (다비드는 아직 CTO로서 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이후 2017년에 다시 2000만 유로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으나, 성장세에 비해 추가 투자 소식은 아직 뜸하다. 고객과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어 굳이 추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 가치를 희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자동차 회사의 투자는 의도적으로 피한다고 한다. 특정 차량과 이동수단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gold rush)로 가장 큰 돈을 번 사업자들은 금광을 찾아 나선 모험가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삽과 청바지를 판매한 사업자들이라고 했던가. 모빌리티 공유의 성장 속에 조용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뷰로그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들이 축적하는 데이터와 경험치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업자들과 함께 공유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지, 결국 모빌리티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가장 포괄적인 전망을 가진 스타트업은 바로 뷰로그일지도 모른다.

곽원철 슈나이더일렉트릭 글로벌전략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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