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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준비 둘러싸고 교보생명 노사 반목하는 이유

노조 "타사 대비 인력 4~8배 투입, 특정 세력 불리기" 사측 "기존 업무 함께 수행하느라"

2019.07.12(Fri) 19:31:57

[비즈한국] “과도한 자본 확충, 비상경영과 경비 절감으로 영업조직 붕괴시키고 조직 질서 파괴한 경영지원실 책임자는 지금 당장 떠나라.”

 

교보생명 노동조합이 10일 열린 33차 정기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IFRS17 준비를 맡아온 특정 부서에 문책을 요구하는 결의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노조는 사내 경영지원실이 세를 키우기 위해 선제 대응을 명목으로 과도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열린 3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IFRS17 준비를 맡아온 특정 부서에 문책을 요구하는 결의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교보생명 노동조합 제공

 

IFRS17이란 2022년 시행되는 국제보험회계기준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전 세계 보험회사의 재무 상황을 동일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기 위해 제정했다. 보험사는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IFRS17을 적용하면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회계 작성 시점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금리)로 계산한다. 

 

금융 당국은 IFRS17 도입 시기에 맞춰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2022년으로 연기하고 경과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보험사는 이 기간에 새 회계기준으로 필요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교보생명 노조는 자사 경영지원실이 삼성생명, 한화생명을 포함한 3대 생명보험사 중 IFRS17 대응에 과다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5월 교보생명 노조는 2018년 10월 기준 교보생명 내 IFRS17 대응 관련 직무를 맡은 인원은 사내 40명, 외주 56명으로 노조가 자체 집계한 타 생보사 인력보다 4~8배가량 높다며 사측에 IFRS17 준비 현황을 물었다. 교보생명 노조는 ‘IFRS17 준비인력은 삼성생명 20명, 한화생명 1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교보생명 경영지원실 산하 계리인프라팀은 올해 5월 노조에 보낸 답변서에서 “3사 대비 인력 현황은 회사별 프로젝트 범위 및 수행업무의 차이로 1 대 1 비교가 불가하다. 당사의 경우 가정관리, 시가평가 모델, 시가평가 관련 시스템(ALM/Solvency2), 변액보험 헤지(hedge), 관리회계(EV2) 마스터플랜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괄 구축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기존의 시가평가 업무까지 TF팀으로 이관되어 기존 현업 업무와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여 인원이 많은 것처럼 나타났다”고 답했다. 

 

사측이 제시한 IFRS17 관련 프로젝트 인력은 2017년 6월 기준 사내 18명과 외주 44명으로 노조가 제시한 인력(사내 35명, 외주 85명)의 절반 수준이다. 한편 사측의 답변서에는 같은 날짜 기준 IFRS17 대응 인력의 경우 삼성생명은 사내 10명, 외주 20명이었고, 한화생명은 사내 20명, 외주 20명이다. 교보생명은 답변서를 통해 “삼성생명은 사전에 진행된 프로젝트가 많아 가정관리, 시가평가모델 구축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한화생명은 당사보다 먼저 프로젝트에 착수해 시가평가 모델 개선작업을 TF팀이 24개월 진행한 후 가정관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당사의 경우 기존 현업 업무와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해 인원이 많은 것처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소요비용의 경우, 교보생명 측은 IFRS17 대응과 관련해 5월까지 투입된 비용을 총 603억 원으로 추산했다. 교보생명 측은 답변서에서 “순수하게 IFRS17 대응만을 위한 투자를 정확하게 분리할 수는 없지만, 유추해보면 195억 원 정도 소요된다”며 “기존에 없거나 낙후된 시가평가 관련 시스템(ALM/Sol2, 변액헤징)을 새롭게 고도화하고, ERP 및 재무·관리 결산시스템의 전면 구축에 나머지 408억 원이 소요된다. 향후 제도 시행 시점에 원활한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업그레이드, 사용자 추가에 50억 원 정도 추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 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열린 3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채택한 결의서. 사진=교보생명 노동조합 제공

 

교보생명 노조는 회사 설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회사 특정 집단이 IFRS17을 명목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본다. 이홍구 교보생명 노조위원장은 “교보생명 이지모아(그룹웨어)에 따르면 IFRS17에 대응하는 인력은 사측이 내놓은 자료보다 훨씬 많다. 관련 팀에 소속된 직원 역시 사내 특정 산악 모임 회원이 다수를 이룬다. 사내 특정 세력의 몸집 불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 선제 대응 명목으로 603억 원이라는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고, 상품의 질적 저하를 야기한 경영지원실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노조에 따르면 4000여 명이 재직 중인 교보생명의 노조 가입률은 70%다.

 

한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측은 IFRS17 대응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삼성생명 측은 “삼성생명은 IFRS17이 도입되더라도 자본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 증자 등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IFRS17 전담 태스크포스팀은 꾸려져 있지 않다. 관련 인력과 자본 투입을 비교하려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누군가 그 자료를 산출했다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측도 “IFRS17 관련 팀이 오래전부터 꾸려진 상태다. 대략 10명이 소속돼 있지만, TF팀에서만 해당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보탰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에 11일과 12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 대응을 위한 적정 인원이나 자본은 회사 상황이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래에 다가올 변수이기 때문에 지금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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