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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 자산가' 사우디 왕세자는 왜 한국을 새 투자처로 낙점했나

중국 제조업에 투자했다가 물린 뒤 물색…진출 시 이란 등 적대관계, 율법 우선 유의해야

2019.06.28(Fri) 16:06:09

[비즈한국]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줄여서 모하메드 빈 살만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현재 논쟁적 인물이다.

 

2017년 6월 왕위계승자로 내정된 모하메드 왕세자의 공식 직함은 부총리 겸 국방장관. 부친인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이미 국정 운영을 넘겨준 상태라 사실상 사우디 1인자다. 34세의 젊은 나이로 사우디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혁명가이자, 다른 왕족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한 독재자란 양면적 평가를 받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런 빈 살만이 지난 26일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최태원 SK 회장·구광모 LG 대표·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대기업 총수들과 만났다. 빈 살만은 124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산을 보유한 거부. 그는 석유 일변도의 사우디 경제 체질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가 한국을 찾은 배경과 앞으로 행보에 궁금증이 커지는 이유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이 본격적인 산업 체제 전환에 나선 것은 2000년대 초. 석유 경제 체제가 언제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 속에 수쿠크(이슬람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 자금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처럼 혁신 도시도 건설했다.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오일 머니의 세계 진출을 가속화했다.

 

고유가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열풍이 일었고 셰일가스 혁명 등 대대적인 에너지 혁신이 벌어졌다. 중장기적으로 석유 사용을 줄이자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당시 한국도 녹색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이슬람금융 열풍이 분 것도 이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로서는 유가의 거친 출렁임이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회원국들의 영향력도 위축됐다.

 

이에 사우디·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산업 체제 재편에 나섰다. 애초 이들의 노림수는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안정적 배당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제조업체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자는 것이 그 골자. 오일머니는 2010년을 전후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제조업체에 대거 투자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발맞춰 합작 투자를 통해 중동에도 생산 거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13~2015년 중국에서 철강·조선 등 중공업 분야의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과잉 투자 때문이다. 또 중국은 제도적으로 해외투자금의 이탈을 제한하고 있어 중동 자금은 투자금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굴뚝 산업의 공급사슬과 중국 시장에 이해가 부족했던 중동 자금은 중국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2017~2018년 대부분 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런 가운데 젊은 빈 살만이 사우디의 1인자로 등장했다. 빈 살만은 왕세자 취임 1년 전인 2016년 사우디의 구습을 타파하고 석유 의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밝혔다. 중국에서 호되게 당한 뒤 투자 수요가 높고 기술 교류가 가능하며, 자금 유출입이 자유롭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이 후보군에 꼽힌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이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등이 선두권에 있고, 동남아시아에서 문화적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을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투자은행(IB)의 한인 고위직 관계자는 “지난 2~3년 전부터 투자를 염두에 둔 지역에 외국인 임직원을 상당수 채용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곳을 물색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미래 산업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빈 살만은 현재 지중해·홍해 사이의 좁은 협로에 스마트 시티를 짓는 ‘네옴(NEOM)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스마트시티 및 경제자유구역을 기반으로 한 도시로 프로젝트 규모는 5000억 달러(약 600조 원)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의 한국 기업의 투자와 기술 공여 등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 수소자동차와 5세대이동통신(5G)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사우디 왕가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만든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의 최대 출자자이기도 하다(관련기사 쿠팡 2조 투자를 둘러싼 '글로벌 큰손들'의 속사정).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네옴을 중동 지역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옴은 지리적으로도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수단과 국경이 맞닿았다. 이곳에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면 근린국으로부터의 압력을 해소하는 한편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이에 한국 기업들과의 투자가 벌어지면 전략적투자자(SI)로서 과거와 달리 사업 개발 등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네옴 등 사우디 프로젝트에 진출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는 거꾸로 사우디에 볼모로 잡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날의 검처럼 사우디와 관계가 나쁜 이란 등 국가와의 교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이자를 터부시하는 이슬람 율법을 들어 합작법인의 자금 융통 등에 제한을 걸 수도 있어 경영상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중동과의 협업 프로젝트 경험이 적은 한국 기업들로선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동과 거래하는 무역업체 대표는 “비즈니스 룰보다는 종교 율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경향이 있어 사업 초기 마찰을 빚을 수 있다”며 “자금 운용과 사업 추진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도권 확보가 먼저”라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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