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돈과법] '존슨앤드존슨 사건'에서 국민주권과 정의구현을 보다

베이비파우더 발암물질 5조 원 배상 평결…민사배심제, 징벌적 손해배상 적극 도입해야

2018.07.23(Mon) 05:01:50

[비즈한국] 지난 12일(현지시각)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 등을 제조‧유통한 미국 생활의약품 기업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이 무려 5조 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게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미주리주 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여성 피해자 22명이 베이비파우더 속 석면이 든 탤크(활석) 성분이 난소암을 발생시켰다며 존슨앤드존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존슨앤드존슨이 46억 9000만 달러(약 5조 2743억 원)를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이 중 41억 4000만 달러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책정됐다. 배상금의 약 90%가 징벌로서 부과된 것이다.

 

물론 배심원단의 이번 평결은 법원 판결로 바뀔 수도, 징벌적 손해배상금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 등을 제조‧유통한 미국 생활의약품 기업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이 무려 5조 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게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진=AP/연합뉴스


우선 베이비파우더는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 건강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문제다. 한국존슨앤드존슨 측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탤크의 품질과 순도에 대해서는 미국 FDA는 물론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국내 유통‧판매 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정부에서 보다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법리적으로는 민사사건의 배심원 평결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눈에 띈다. 

 

배심제도는 미국 사법제도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무죄를 판단하는 형사사건에서 배심원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민사사건의 경우는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다. 미국 민사 소송의 배심원 재판은 6~12명의 배심원이 필요하다. 담당 판사가 배심원 후보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최종 배심원단을 구성한다. 이때 배심원들의 신상 기록뿐 아니라 직업‧취미‧학력‧인종 등이 고려되며 해당 재판 변호사도 배심원 일부를 거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형사재판에 한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행 10년째가 되도록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0년간 이뤄진 국민참여재판은 총 2267건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이었던 14만 3807건 가운데 1.6%에 불과하다. 국민참여재판이 저조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참여한 국민들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이 재판부에 ‘참고사항’일 뿐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문위원들은 ‘배심원 평결 존중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 배심원들의 판단에 실질적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사법행정 개혁 방향에 관한 보고’를 통해 사법정책 수립에 국민과 법관들 의사 반영이 필요하다며 민사배심제 도입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 사법 참가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불법행위의 영역에서 행위자가 저지른 불법행위의 양태가 폭력적이거나, 행위자의 주관적 요소에 악의적이거나 기망 계획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입은 통상의 손해에 대한 전보(塡補, 부족한 것을 메워서 채움)의 범위를 초과해 배상을 명하는 제도다. 즉 1억 원을 손해 입은 경우라도 징벌로서 1억 원을 훨씬 초과하는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개별 법률에서 일부 도입은 되었지만 가습기 살균제사건 때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면서 지난 2017년 3월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게 하면서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도 완화했다. 지난 6월에는 환경성질환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다. 최근에는 대출금리 조작, 대리점 권익제고를 위해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사법에 반영되는 배심제는 물론 소위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논의가 진행될 가치가 있다. 이는 곧 국민주권 내지 사회정의 구현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1억원당 0.9명' 통계로 본 일자리 예산 비효율성
· [밀덕텔링] 마린온 사고조사에 항공우주산업의 명운이 걸렸다
· 내년 최저시급 8350원인데 알바 광고에선 1만 원 '꼼수' 논란
· 먹거리 논란에 공정위 칼날까지…깊어가는 유통업계 고민들
· 존슨즈 베이비파우더 발암 유발, 미국서 수백 억 원 배상 판결 속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