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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현대ENG '급습'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진퇴양난

엘리엇 훼방으로 모비스 합병 지체 와중 사정기관까지…장기화할 공산 커

2018.06.26(Tue) 11:35:19

[비즈한국] 국세청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갈 길 바쁜 현대자동차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현대ENG)에 조사관 100여 명을 파견해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조사4국은 기업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 혐의에 주로 투입되는 조직. 위법 사실을 입증 가능할 때만 움직여 기업 사정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런 조사4국이 느닷없이 현대엔지니어링에 들이닥치자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의 핵심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깨는 한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이어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먼저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한 계열사가 종속 관계로 엮인 계열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수많은 고리 중 하나만 끊으면 된다. 

 

공정위에 이어 국세청까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압박이 더해지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매각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총수 일가가 인수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문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왼쪽).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총수일가가 그룹 장악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매각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총수 일가가 인수해야 한다. 문제는 실탄. 현대차가 가진 기아차 지분은 33.88%(약 4조 원)이며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16.88%(3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도 20.78%(6조 원)나 된다. 

 

이에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시나리오는 비상장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을 기업공개(IPO·상장)함으로써 자금을 확보하는 안이다. 정몽구 회장과 그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16.4%다. 상장에 따른 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최소 1조 원 이상 현금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현대위아·이노션 등 계열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한편 이들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합하면 2조~3조 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위아·이노션 등은 마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때 재벌이 매각해야 할 업종으로 분류한 회사다.

 

사업영역이 비슷한 현대건설과 합병함으로써 우회상장 하는 안도 거론된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처럼 현대건설 가치를 낮추고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높여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주주가치 훼손 등 논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훼방으로 지배구조 재편이 지체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한시가 급한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의 압박이 고조되는 점은 현대차로서는 부담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이 지연되거나 조사 결과에 따라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그룹도 세무당국 조사로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된 바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해 7월 조사4국은 한화테크윈과 한화 방산부문,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승연 회장 비서실 등 4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후 한화는 오너 일가 3형제가 100% 보유한 한화S&C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겠다며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정 칼날을 피해 가려다 보니 한화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지체된다는 것이 한화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전개되는 양상은 현대차도 비슷하다. 조사4국에 앞서 지난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도 현대자동차 세무조사에 나섰다.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조사1국은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1국과 4국이 공동으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사1국은 2013년에도 현대차그룹을 전방위로 세무조사를 했다. 당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대기업 반열에 오른 정의선 부회장 소유의 현대글로비스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국세청은 2007년에도 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엠코·현대오토넷에 세무조사를 벌여 탈세·편법 증여 문제를 밝혔다.

 

현대차는 대외 환경 악화 속에 경영 승계를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의 AS·모듈 부문을 따로 상장시켜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이나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현대제철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안 등 백가쟁명식 대안이 쏟아지고 있으나, 뾰족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비스 주주와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부딪혀 합병 비율을 조정하긴 사실상 어렵다. 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하게 조정된다고 해도 모비스의 주가가 오르거나 주주총회를 통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 마련은 사정당국과 외국인투자자의 공세에 진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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