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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운업 살리기' 정작 업계에선 갑론을박

2022년까지 51조 원 매출 달성 목표…낙수효과 기대 반면 실효성은 "글쎄"

2018.04.27(Fri) 15:14:33

[비즈한국] 정부가 대표적 기간산업이자 한국 경제의 한 축으로 꼽히는 해운업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업계 반응이 엇갈린다. 위기에 빠진 국내 해운업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찬성하는 쪽이 있는 반면 구체적인 세부 방안이 부실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회복세가 더디던 한국 해운업을 세계 5위까지 끌어올리고 해운산업 매출액 51조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크게 신규 선박 건조, 화물 확보, 재정 등의 지원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3년간 벌크선 140척,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척 신규 발주를 지원한다. 해운업계 수익과 직결되는 화물 확보 방안, 선주‧화주‧조선사‧정부 공동으로 상생펀드 설립 등도 포함됐다. 공적자금 3조 원, 민간금융 및 선사 자부담 5조 원 등 총 8조 원 규모의 계획이다. 

 

정부는 계획대로 실행되면 잃어버렸던 ‘해운강국’의 위상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과제로 삼은 이상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대해 업계 반응이 엇갈린다. 사진=현대상선


# “가장 진일보한 산업정책​ 낙수효과 기대

 

정부 발표 이후 해운업계 전반에선 최근까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기반이 흔들린 국내 해운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19일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의의와 과제’ 보고서에서 “가장 진일보한 산업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사후적이고 소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오던 과거 정책들과 달리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안이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1984년 해운산업 합리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 및 파산 등을 거치면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아닌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을 주관하면서 부채 회수를 통한 기업정리 위주로만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해운기업들의 선박, 터미널, 장비, 부동산 등이 매각돼 재기할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번 정책은 해운기업 경영 안정성과 영업 기반 확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정책에 따라 ‘삼각 해운산업’ 전반에 ‘낙수효과’ 기대감도 높아진다. 해운재건계획에 따른 효과가 해운업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조선, 철강업계에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은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수주실적 1위를 달성했다.

 

해운업만큼 오래 침체기를 겪은 조선업계는 이번 성과에 더해 해운재건계획에 따른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등 200척의 신규 발주로 ‘세계 1위 굳히기’를 기대한다. 최근 미국의 철강관세로 수익악화가 우려되는 철강업에게도 희소식이다. 초대형 선박의 경우 전체 건조대금의 10~20%는 철강제품이 차지한다.

 

# 세부 방안 뜯어보면 ‘허점투성이​ 지적도

 

반대로 정부 계획에 대한 냉담한 반응도 나온다. 해운재건계획 발표 이후 세부 방안을 살펴보면서 나오는 회의적인 목소리들이다. 정부 계획을 뜯어보면 전반적으로 과거 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첫 번째다. 

 

2016년 정부는 해운, 조선업 침체 회복을 위해 2020년까지 11조 원 규모의 선박 발주와 6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흐지부지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신규 선박 발주, 화물 유치 등 이번 정책 방향은 과거 정책과 똑같다”며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뜻이겠지만, 늘 실패하거나 중단됐기 때문에 실망감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내 대표 ‘국적선사’라는 이유로 한 대형 해운사를 집중 지원하는 점도 불만이다. 후발 해운사들 입장에게선 차별이다. 다른 해운사 관계자는 “사실 해운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부 지원을 받는 대형 해운사 처리 방안이다. 선사들끼리 인수합병 등 세부계획은 없고 원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하나의 덩치를 키우면 어느 정도 목표 수치는 달성할 수 있겠지만 산업 전반을 일으켜 세운다는 ‘해운 재건’ 측면에서 긍정적일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은행권도 고민이 깊다.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국책은행은 만약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을 매각할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 앞서 5조 원대 분식회계로 논란이 됐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2조 9000억 원의 공공 금융자금 지원을 약속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000억 원을 썼고, 올해 나머지 2조 200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고용 문제와 기술 보호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정책들을 두고 ‘손해는 국민이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은 운송 능력도 필요하지만 배에 실을 화물 수요가 더 중요하다. 해운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선박 공급을 늘리면 일감이 없는 배가 많아진다. 해운사 입장에서 마냥 반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막상 선박은 발주했지만 해운 업황이 더 악화되면 정책자금을 못 갚는 해운사가 늘어날지 모른다.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00년 초반 호황을 겪었던 시점과 달리 최근에는 화물운송이 해운보다 항공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해운재건계획은 단순히 물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해운사들의 경영 안정과 개선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라며 “향후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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