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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에 민노총 깃발, '경영승계 역할' 영향 받나

노조 "주주배당 늘리면서 임금 동결" 비판…사측 "주주배당 순리, 노조와는 협의"

2018.04.20(Fri) 18:27:43

[비즈한국]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몽구 회장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막대한 배당을 실시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엔지니어링 창사 4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건설기업노조 지부로 출범하면서 새로운 기류가 감지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주주들에 배당을 대폭 늘렸지만 직원들의 임금은 3년간 동결됐다. 아울러 건설업종에 맞지 않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성토하며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어링도 그룹에 편입했다. 현대차그룹의 결정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4월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를 합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하자마자 외형이 두 배 이상 커졌다. 2013년 매출은 2조 5899억 원에 머물렀지만 합병 첫해인 2014년 매출은 5조 6775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대건설은 합병 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72.55%를 보유했는데 합병에 따른 신주교부 방식에 따라 38.62%로 줄었다. 

 

반면 현대엠코 지분 25.06%를 가진 최대주주였던 정의선 부회장은 합병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게 됐다. 정 부회장이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엠코 2대 주주(24.96%)로서 합병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67%를 갖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3월 에너지 진단 사업까지 무려 70개 넘는 신규사업을 사업내용으로 추가했다. 신규사업의 대다수는 귀금속 판매업, 담배판매업, 단체급식사업 등 건설업과 무관한 업종이 대다수다. 특히 합병 전까지 현대엠코가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했던 경비, 미화, 조경, 통근버스 등을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경비, 미화, 조경 등은 시설물 관리 사업과 패키지 형태로 묶여 있다. 특히 계열사들의 업무상 비밀 유지와 관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당사가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도 주목된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정의선 부회장 자금줄 역할을 했던 현대엠코의 역할이 합병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현대엠코는 2012년까지 평균 50%에 육박하는 고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은 합병 전까지 매해 20억 원대에 머물렀고 합병 직전인 2013년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병 첫해인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은 56.02%에 달했고 매해 20%대 배당 성향을 보였다. 특히 2017년 순이익은 3193억 원으로 전년 3612억 원에 비해 13% 줄었음에도 오히려 2017년 배당성향은 27.24%로 전년 22.8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합병 첫해인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은 1666억 8100만 원 배당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해 869억 6400만 원 등 4년간 총 4275억 7300만 원을 배당했다. 같은 기간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수령한 배당금은 개인 지분을 통한 501억 원과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통한 111억 원 등 612억 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의 주요 수입원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로 이 회사는 지난 4년간 총 4125억 원을 배당했다. 정 부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960억 원 규모다. 정 부회장이 4년간 두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만 1600억 원에 육박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합병 이후 2017년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감소한 것은 맞지만 기업 실적의 핵심인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성향을 높였다는 지적은 무리가 있다”며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존재 이유다. 우리는 비상장사이지만 장외시장에서 90만 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이를 감안해 시가배당으로 따지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계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이에 대해 노조는 “합병 이후 주주배당은 늘리면서 임금은 3년간 동결했다. 회사가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전환한 후 본부별 수주실적에 따른 성과차등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적용해 직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주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올 1월 성상록 대표이사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요청했다. 단체교섭권이란 노조가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관해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4월 20일 현재까지 성 대표와 노조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이 합병 이후 권고사직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조가 없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며 “현대엔지니어링 지부는 사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단체교섭권 획득과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맞다. 그러나 노사협의회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사측의 일방적인 동결 결정은 아니었다”며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간 중복되는 사업분야도 적어 합병 이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관련 법에 따라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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