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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리브 대 쏠' KB국민은행 허인 vs 신한은행 위성호

2018년 리딩뱅크 노리는 두 수장…디지털 영업으로 승부

2018.04.19(Thu) 16:36:39

[비즈한국]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서비스 품질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가 고객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저금리와 모바일 환경의 진화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한정된 시장을 놓고 생존을 건 경쟁에 내몰렸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은 ‘리딩뱅크’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이 치열하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18년 리딩 뱅크’를 위해 오늘도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있다. 사진=KB국민은행·신한은행


2016년 국내 시중은행 중 순이익 1위는 신한은행(1조 9406억 원)이었다. 2017년에는 KB국민은행이 2조 174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1위 자리를 빼앗았다. 두 은행은 ‘2018년 리딩 뱅크’를 위해 오늘도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있다.

 

# ‘장신 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은 1961년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태어났다.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 1999년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합병하면서 국민은행원이 됐다. 허 행장은 2013년 7월 KB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4년 12월 경영기획그룹 전무에 올랐다. 2016년 1월부터는 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당시 신한은행이 맡았던 경찰공무원 전용 상품인 ‘무궁화 대출’ 사업권을 가져오는 성과를 올렸다.

 

2017년 10월 KB금융지주 상시지배구조위원회가 허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할 때 금융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 출신도 아니고 KB국민은행이 스카우트한 인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상시지배구조위원회 측은 “KB금융이 추구하는 가치를 세우고 그룹 최고경영자와 호흡하면서 KB국민은행의 입지를 강화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장에 공식 취임했다.

 

허 행장의 키는 180cm가 넘는다. KB국민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역대 KB국민은행장들은 모두 단신이었는데 허 행장이 그 전통을 깼다”는 우스개도 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허 행장이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디지털뱅크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말 카카오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당시 허 행장은 경영기획그룹 전무를 맡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허 행장은 취임사에서도 “지금까지 우리는 생활금융플랫폼인 ‘리브(Liiv)’, ‘리브-메이트(Liiv-Mate)’ 등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론칭했고, 최근에는 부동산금융의 ‘리브-온(Liiv-On)’을 출시해 디지털금융시장 경쟁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아직 우리는 출발점에 서 있고, 가야 할 길은 멀다. 고객이 가장 많이 찾아올 수 있는 디지털뱅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행장은 직원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에도 신경 쓰고 있다. 지난 4월 정기 조회사에서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인 업무환경 구축하면 고객과 마케팅에 전념할 수 있는 영업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진정한 워라밸의 신청을 앞당길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허 행장은 ​말했다.

 

KB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최근 회사는 직원들 컴퓨터가 켜진 시간을 모두 기록해 야근 횟수에 따라 해당 부서 부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침을 도입했다”며 “처음에 야근 없이 어떻게 일을 마무리하느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금방 적응해 같은 업무를 하고도 예전에 비해 일찍 퇴근한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직원들과의 관계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처음 허 행장이 내정됐을 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는 반대 의견을 냈다. 그가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실적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과다한 업무를 요구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KB국민은행 노조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임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허 행장은 그룹 대표 15명 중 13등을 차지했다.

 

허 행장은 노조와의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 행장은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는 경영의 파트너로, 과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목표는 같다”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KB국민은행 노조와 임금·​단체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허 행장은 최근 ‘디지털 감수성’, ‘유니버설 뱅커를 향한 열정’, ‘일하는 방식의 변화’, ‘수평적인 솔선수범의 리더십’ 네 가지의 ‘2018 경영과제’를 발표했다. 허 행장은 경영과제를 발표하면서 “과거에 건전성, 성장성, 수익성의 균형을 잃고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교훈을 얻었다”며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굳건한 건전성의 토대 위에서 계획된 성장과 수익을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기본과 원칙으로 추구할 때 모두가 인정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독려했다.

 

# ‘선즉제인’ 위성호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 2004년 신한은행 PB사업부장, 2006년 신한금융 HR팀장을 맡았다. 2013년 8월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고, 2017년 3월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행장 선임 전, 그는 조용병 당시 신한은행장과 차기 신한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하지만 위 행장이 회장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조 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조 회장이 위 행장보다 경력에서 앞서고 실적도 나쁘지 않았기에 무리한 경쟁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위 행장은 대신 큰 경쟁 없이 행장 자리에 올랐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위 행장은 2018년을 ‘디지털 영업의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금융에 큰 관심을 보인다. 신한은행 측은 “디지털 채널이 더 이상 영업점(대면) 채널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은행이 메인 영업채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한은행의 슈퍼플랫폼 ‘쏠(SOL)’ 이 보여줄 혁신과 미래지향적 모습은 기존의 은행권 모바일 금융 플랫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디지털 관련 인재의 영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위 행장은 지난해 6월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9월에는 AI(인공지능)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글로벌 진출도 위 행장의 성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동남아시아에서 다른 국내 은행과 비교해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위 행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차별화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실리콘밸리 원정대’를 구성, 올해 1월 실리콘밸리로 출국시켰다. 실리콘밸리 원정대는 핀테크와 관련한 △‘글로벌 메가트렌드’ 수집 및 리서치 수행 △현지 주요 관계자와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모색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멕시코 현지법인의 영업인가를 획득했다. 신한은행은 “멕시코에 진출한 과거 외국계 은행의 사례에 비춰볼 때 통상 2~3차례 현장 검수 이후 금융당국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영업인가 획득 여부가 결정됐다”며 “신한은행은 치밀하고 꼼꼼한 영업인가 준비 끝에 단 한 차례의 공식 수검을 통해 영업인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위 행장은 신한사태 해결 의지도 보이고 있다. 신한사태란 2010년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 경영권을 놓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다툰 사건이다. 당시 위 행장은 신한금융 홍보 임원을 맡으면서 라 전 회장의 입장을 주로 대변했다.

 

지난해 말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임 당시 위 행장은 신 전 사장을 추천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위 행장이 이를 통해 신 전 사장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에 대한 행사 보류 조치를 해제하는 등 신한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반응만 보였다.

 

위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선수를 치면 상대편을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의 ‘선즉제인(先則制人)’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위 행장은 “남들과 비슷한 모습으로는 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며 “미래를 읽고 앞서 나감으로써 능히 경쟁자를 압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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