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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불똥 맞은 '착한 기업' 마리몬드, 5% 기부도 논란

대표이사 부친 성추행 가해자 지목…"매출 대비 5%, 영업이익의 50% 이상 기부"

2018.03.06(Tue) 16:28:40

[비즈한국] 최근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용기 있게 고백하는 ‘미투’ 열풍이 ‘수지 폰케이스’ ‘강다니엘 티셔츠’ 등으로 잘 알려진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에까지 번졌다.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의 아버지인 연출가 윤호진 씨가 미투 열풍의 가해자로 지목돼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마리몬드는 매출액의 5%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하는 ‘착한기업’으로 유명해졌다. 사진=마리몬드 홈페이지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원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2015년 아이돌 가수이자 연기자인 수지가 공항에서 들고 있던 휴대폰 케이스 제조·판매사로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이후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들이 착용하며 마리몬드 사업 취지가 널리 알려졌고 팬들 사이에선도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휴대폰 케이스, 에코백, 팔찌, 의류 등을 판매하며 영업이익 일부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비기금 등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아버지인 연출가 윤호진 씨가 미투 열풍의 가해자로 지목돼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마리몬드에 불똥이 튄 건 지난 2월 24일 윤홍조 대표의 아버지이자 공연계 대부로 알려진 연출가 윤호진 씨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부터다.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윤 씨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할 때 술자리에서, 그리고 이동 중인 차 안에서 복수의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 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소재로 한 뮤지컬 ‘웬즈데이’까지 제작해 충격 여파는 컸다.
 
윤 씨는 사과문을 통해 “나로 인해 피해 당한 분의 소식을 들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피해자분의 입장에서 피해자분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됐던 창작뮤지컬 ‘웬즈데이’ 제작발표회 일정도 취소했다. 
 
윤 씨의 성추행 의혹은 공연계를 넘어 그의 아들이 몸담은 마리몬드에 불똥이 튀었다. 주고객이 여성인 사회적 기업 대표의 부친이 성추문에 휩싸인 데 대해 일부 이용객들이 불쾌함을 호소한 것이다. 윤호진 대표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마리몬드 SNS 계정에는 ‘불매운동’을 해야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마리몬드 제품을 애용하던 김윤진 씨(여·27)는 이번 일로 마리몬드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성추행 사건) 안 밝혀졌으면 아버지는 위안부 문제 연극 만들고 아들은 사회적 기업 한다고 미화됐을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번 일로 불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A 씨는 “위안부를 돕자는 취지로 인해 구매자들도 여성이 많은데 아무래도 성추행 건이랑 엮이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윤홍조 대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각에선 매출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힌 마리몬드의 사업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기부 비율이다. 2012년 설립 이후 마리몬드가 공시한 매출액 대비 기부 비율은 5%대. 매출액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기부 비율이 너무 적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마리몬드 매출은 설립 직후인 2012년 34만 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5년 16억 원 대로 크게 증가했고 2016년엔 37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매출액 대비 기부율은 5%대에 머물러 있다. 한 누리꾼은 “아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기부한다고 폰케이스, 디퓨저 팔고 아버지는 위안부 소재로 뮤지컬 만들고 위안부 문제를 돈으로밖에 안 본 것 같다”며 “마리몬드 폰 케이스를 사느니 직접 피해단체에 기부하는 게 낫겠다”고 강조했다.
 
마리몬드는 휴대폰 케이스 등 액세서리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사진=마리몬드 홈페이지


이 같은 기부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기부금액과 비율 등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자 마리몬드는 자진해서 기부금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소명했다. 마리몬드에 따르면, 이들은 설립 이후 기부 비율 5%대를 유지해왔다. 2015년엔 세무조정으로 인해 매출액 대비 기부 비율이 기존 5.7%에서 5.6%로 변경됐고,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기부비율이 5%대인 것에 반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비율은 89%에 달했다. 현재는 2017년 말까지 누적 매출의 10%, 누적 영업이익의 72% 가량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는 ‘비즈한국’에 직접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표는 “영업이익 대비 기부 비율을 보려면 영업이익이 단기에 높은지 낮은지, 또 매출 발생에 따른 직원 급여, 포장업체 비용, 임대료 지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변동성에 따라 영업이익이 달라지지만 지금까지 영업이익의 최소 50% 이상을 정의기억재단,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단체에 기부해왔다. 앞으로 더 성장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금액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관련 입장도 전했다. 그는 “마리몬드 대표자로서 가족에 그런 (성추행 사건)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주변의 우려나 실망스런 부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죄송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미투 운동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려돼야 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호진 씨 성추행 의혹 이후 제작 발표회까지 연기됐던 뮤지컬 ‘웬즈데이’는 공연취소 수순을 밟게 됐다. 윤 씨가 대표로 있는 제작사 에이콤 측은 6일 “​공동 주최자인 예술의전당과 논의를 거쳐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로,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뮤지컬이 피해 할머니들의 한과 할머니들을 위해 함께 싸우는 정의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던 만큼, 제작자의 성추행 여파로 제작 강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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