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정부로부터 선물 받은 물품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4월 24일 장시호 씨가 최순실 씨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명절이나 해외 중요 행사가 있을 때는 (대통령에게) 선물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걸 저희가 이모(최순실 씨)한테 받아서 음식은 먹기도 하고 공진단이나 좋은 약은 어머니(최순득 씨)께 주기도 했다”고 주장한 바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의혹에 휩싸인 물품은 한시 족자 2점. 현재 이 두 작품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으며,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한 개인 농장 창고에 보관돼 있다(관련기사 이리저리 흩어져 2000점 오리무중…박정희 유품 추적기). 

‘비즈한국’은 지난 6월 28일 한시 족자 2점이 보관된 개인 농장 창고에 직접 방문해 대통령 선물의 포장 박스에 적힌 ‘大韓民國 朴槿惠 總統 惠存 耄齡 翁 趙抱衡 媪 楊九如 公元 二○一四年 十一月 中旬 歲次 夏曆 甲午 潤 九月 敬獻于 中國 鄭州’(대한민국 박근혜 총통 혜존 모령 옹 조포형 오 양구여 공원 2014년 11월 중순 세차 하력 갑오 윤 구월 경헌어 중국 정주), ‘敬獻 大韓民國 朴槿惠 總統 七絶詩一首 耄齡 翁 楊九如 媪 楊九如 於 中國 鄭州 夏曆 甲午 立冬 歲次 公元 二○一四.十一.七’(경헌 대한민국 박근혜 총통 일절시한수 모령 옹 조포형 오 양구여 어 중국 정주 하력 갑년 입동 세차 공원 2014.11.7.) 문구를 확인했다. 

중국 정주 지역의 차오푸헝(趙抱衡, Zhao Puheng)·양지우루(楊九如, Yang jiu ru) 서예가가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한시임을 알 수 있다. 포장에 기재된 날짜는 2014년 11월 7일.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 머물렀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제14조(무단반출·반출 등의 금지)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행위다. 대통령기록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때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목록을 검토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도 추가로 확인 중이다. 박 대통령이 선물받았다면 공직자윤리법 제15조(외국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의 신고)에 따라 한시 족자 2점을 인사혁신처에 신고하고 국고로 귀속했어야 한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해외에서 받은 시가 10만 원 이상의 선물은 모두 인사혁신처에 신고하고,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 신고도 하지 않고 외부로 반출했다면 박 전 대통령은 위법 행위를 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중국 정부에서 받은 선물 목록에 두 작품이 빠져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비즈한국’에 두 작품이 보관된 창고의 위치와 관련 정보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대통령 선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 총재는 ‘비즈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중국에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건네받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면서 “그동안 박 전 이사장과 박 전 대통령이 서로 만나지도, 연락도 않고 지내왔기에 미처 전달하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해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주 지역에 간 적이 없고, 직접 건네받은 기억이 없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중국에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인사들을 통해 들어왔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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