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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유연근무제' 확대 지지부진 속사정

노조 "운영시간 느는데 인력증원 없어"…사측 "직원들도 반기는 제도"

2017.06.23(Fri) 17:25:17

[비즈한국] KB국민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체크카드를 사용하다가 난감한 일을 겪었다. 오후 6시 서울 강남에 와서 저녁을 먹고 결제를 하려고 카드를 꺼냈는데, IC칩이 ‘뚝’ 하고 금이 간 것. 다행히 식당에서는 결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언제 부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했다.

 

이미 은행은 영업을 마친 시간. A 씨는 강남역 인근 KB국민은행 지점을 찾아가봤다. 오후 6시가 넘었음에도 KB국민은행은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다. A 씨는 당일 체크카드를 재발급 받아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었다. KB국민은행의 2교대 운영 덕분이었다.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진=이종현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시차출퇴근제와 애프터뱅크(after bank), 2교대 운영지점 등의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해왔다. 시차출퇴근제는 직원들이 출근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 근무하는 제도다. 애프터뱅크는 지점과 주변 환경에 따라 영업시간을 늦추는 등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KB국민은행은 13군데 지점에서 시행 중이라고 한다.

 

2교대 운영지점은 오전 9시 출근조와 오후 12시 출근조로 나눠 근무하는 방식이다. 영업시간도 기존의 오후 4시에서 오후 7시로 확대 운영된다. 시범운영 중인 점포는 강남역 지점과 목동서로 지점, 양재역 종합금융센터, 3곳이다.

 

유연근무제는 고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았다. 직장인 B 씨는 “기존 은행 마감시간은 오후 4시였다. 은행 업무를 보려면 근무시간에 짬을 내서 가야 했다. 하지만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하는 업무들은 보통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은행 업무를 보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유연근무제로 퇴근 후에도 은행이 문을 열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해졌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희망 점포를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애초 계획과는 달리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사측과 직원들 사이에 합의점이 잘 도출되지 않기 때문.

 

은행권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은행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신규채용 등 대책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한정된 인력으로 업무량은 늘어나다보니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의 일방적인 유연근무제의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 역시 유연근무제와 관련해 사측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6월 초 노사협의에서 유연근무제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해 가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 22일 노사 간 첫 공청회를 가졌다. 노사가 협의를 통해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라며 “2시간 넘게 진행됐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이 유독 문제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보완하는 과정일 뿐, 확대 시행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측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연근무제를 시범운영하는 일부 지점들도 다 직원들의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며 “현재 노사 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 고객과 직원들이 모두 만족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는 회사가 직원들을 힘들게 하려고 만드는 제도가 아니다. 직원들의 복지를 늘리고 더 좋은 근무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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