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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검찰의 '귀인'이었던 까닭

22일 공판서 현안 건의 인정 등 첫 기업 총수 증인으로 검찰에 유리한 진술

2017.06.22(Thu) 22:39:13

[비즈한국] 오늘(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진행으로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회장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찰의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답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기업 총수로는 처음 증인으로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최태원 회장은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금액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협조를 당부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 협의 과정 등을 증언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오른쪽). 앞서 같은 날 오전 박 전 대통령도 재판에 참석하기위해 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이 독대한 시기는 지난해 2월 16일. 최 회장은 당시 독대 상황에 대해 묻는 검찰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재단 출연) 금액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해준 데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두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하며 “이 자리에서 SK그룹 현안을 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예, 아니요’ 식의 답변으로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는 문제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최 회장에게 묻자 최 회장은 “그렇게 기억한다. 관세청 협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제는 ‘구속 피의자’로 전락한 전직 대통령 앞에서 최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독대 자리에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사면 및 가석방 등을 건의했다고도 털어놨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동생의 가석방을 완곡하게 요청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실제 SK는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독대 전후, 청와대로부터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수주와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에 대한 요청을 받았는데,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 씨 측근이었던 차은택 씨 등이 주도해 경영하며 KT 등으로부터 광고를 수주했던 회사다. 검찰은 최순실 씨가 자본금 전액을 낸 이 회사들을 이용해 미르재단과 관련한 영리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는데, SK는 독대 때 청와대가 팸플릿과 함께 건넨 두 기업에 대한 지원 요청을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 

 

독대 전후 SK의 사업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헬로비전 기업합병 건을 승인하지 않았고, 워커힐 면세점은 추가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결국 폐점해야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순수한 목적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진술이 구체적으로 나온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신동빈 롯데 회장(불구속 기소)과 달리 최태원 SK 회장은 아예 기소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재판 증인 출석과 진술 내용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기업 총수의 진술이 절실했던 검찰이 최 회장을 불러 수사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기소하는 대신 재판 증인 출석을 약속받았을 수 있다”며 “유리한 진술을 내놓은 핵심 증인의 경우 약한 범죄를 봐주는 대신 재판 출석 진술을 약속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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