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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찻잔 속 태풍' 그치나

'사법개혁 포함' 우려에 내부 봉합 예상…검찰도 직접 칼 겨눌 가능성 낮아

2017.06.20(Tue) 14:46:53

[비즈한국]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추가 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

 

전국의 판사를 대표해 모인 100명의 판사들이 사법부(법원) 내 판사 성향을 기록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추가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의혹이 불거졌던 올해 초,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옷을 벗었고, 블랙리스트는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전국 단위 판사들의 대표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진 것.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검찰 개혁 시기가 늦춰진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 불거진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사법 개혁 대상에 법원까지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6월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열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2월. 대법원은 외부 인사 중심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진행했고, 당시 조사위는 사법행정권 남용은 인정했지만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없었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당시 조사가 미흡했다고 판단해 새롭게 조사 소위원회를 꾸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조사 권한을 요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 강제권이 없는 ‘요구’에 해당하기 때문. 하지만 법원 내 엘리트들만 갈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 주도의 사법 정책을 향한 일선 판사들의 반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탓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를 마냥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주춤한 가운데, 법원이 다음 개혁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내부 판사들의 반발을 내부 문제 선에서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추가 조사에 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이 행정, 입법, 사법의 한 축이라고 하지만, 판결만큼은 굉장히 정치적인 눈치를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검찰 출신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법원이 지금은 개혁의 칼날에서 한쪽으로 비켜 서 있다고 해도 언제든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정권 입장에서 법원은 분명히 분리된 권력인 탓에 쉽게 손볼 수 없는 영역인데, 이런 판사들의 내부 분란은 외부(정권)에서 개입하기 좋은 명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법원은 검찰과 달리 굉장히 스마트한 조직이기 때문에 논란의 불씨를 키우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판사들을 달래는 쪽으로 논란을 잠재우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요구를 받아들여 논란을 잠재우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비즈한국DB

법원과 양대 축을 이루는 검찰로서는 법원 내 판사들의 반발이 ‘검찰 개혁 강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이다. 검찰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양승태 대법원장(사법연수원 2기)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형사1부는 각종 고발사건 중 가장 예민한 사건들을 다루는 곳인데, 사안에 따라 빠르거나 ‘뭉개는’ 수사도 가능한 부서. 

 

검찰 관계자는 “어느 부서에 사건을 배당하는지만 봐도 어느 정도로 사건을 중히 보는지를 알 수 있다”며 “형사1부에 배당했다는 것은 상황을 봐 가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강도 높게 수사를 벌여 이슈를 더 크게 만들겠다는 판단도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무리 검찰이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법원을 향해 칼날을 직접 겨눌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법원 쪽에서는 검찰이 이번 일로 물타기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검찰은 법원과 싸웠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며 “검찰 개혁 시점이 안경환 전 후보자의 낙마로 다소 늦춰졌다고 하지만 법원의 잘못이 언론이나 내부 고발로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한 검찰이 이번 사건을 억지로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청와대에서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 역시 검찰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인 만큼 검찰도 더욱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도 문재인 정권의 분위기를 최대한 맞추며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이번 정권에서 임명할 첫 대법관으로 성균관대 법대-판사 출신의 조재연 변호사(사법연수원 12기)와 여성이자 고려대 출신의 박정화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0기)를 임명 제청한 것. 판사 출신 변호사는 “누가 봐도 인품이나 실력이 있는 분들”이라면서도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판사라는 기존 프레임을 깨려는, 정권의 분위기를 살핀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법원에서 한 명 추천하는 자리에 기수가 낮은 여성 부장판사를 선택했다는 것은 판사를 뽑더라도 논란이 되지 않게끔 하려는 대법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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