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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현대차, 문재인 정부에 전기버스 '러브콜'

자일대우보다 개발 10년 늦어…미세먼지 저감 공약에 기대

2017.05.26(Fri) 09:58:21

[비즈한국] 현대자동차는 지난 25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순수전기버스 ‘일렉시티(Elec City)’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2010년부터 1세대 전기차 개발을 시작해 8년 만에 자사 최초의 전기버스를 내놓은 것이다.

 

일렉시티 공개행사에 참여한 박성권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장, 유재영 현대자동차 상용사업본부장, 김기성 전국버스연합회장,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 2차관,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한성권 현대자동차 상용사업담당 사장, 신한춘 전국화물연합회장(왼쪽부터)​. 사진=현대자동차


‘세계 최초 공개’임에도 이를 유명 모터쇼가 아닌 자체 행사로 한 것은, 이날 일산 킨텍스 야외전시장에서 시작한 현대차 주최의 제1회 ‘트럭&버스 메가페어’ 행사의 일부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일렉시티 공개 행사에는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김기성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신한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 등 버스·화물 관련 민·관 총책임자들이 대거 초청됐다. 

 

일반 자동차 소비자가 아니라 버스·트럭과 관련된 잠재고객에 특화된 행사임을 짐작케 했다. 게다가 조정식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새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관련이 깊다. 

 

서울시민들에게 전기버스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미 2010년 12월 서울시가 남산순환로를 운행하는 전기버스를 도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측면에서 봤을 때 앞뒤가 볼록해 멀리서 보면 땅콩처럼 보인다고 해서 ‘땅콩버스’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는 서울시의 주문으로 현대중공업이 모터와 충전시설을, 한국화아비가 차체를 맡아 공동개발 했다. 땅콩버스 프로젝트는 2009년 발표됐으므로 현대차도 이런 흐름에 맞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0년 남산순환로를 운행하는 전기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서울시의 주문을 받아 한국화이바가 제작한 일명 ‘땅콩버스’​. 사진=한국화이바


이날의 일렉시티 발표 시기도 정책적 흐름에 부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차 감축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내걸었다. 버스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전기버스에 대한 정책 확대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노선버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를 중심으로 경유버스 대신 CNG 버스로 교체하겠다고 했으나, 전기버스가 빠르게 보급되고 가격이 저렴해진다면 CNG 버스 단계를 건너뛰고 전기차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한편 국내 버스업계에서 현대차의 유일한 경쟁자인 자일대우버스는 이미 2003년 전기버스 개발을 시작해 2006년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당시 전기버스에 대한 정책 미비와 인프라 부족으로 샘플 차량만 제작하고 국내 양산이 이뤄지진 못했다. 자일대우버스는 2007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지난 10년 간 2488대의 전기버스를 생산해 상하이 현지에 판매했고, 올해 3000대 돌파가 예상된다.

 

자일대우버스는 2009년 카이스트와 협업으로 ‘온라인 전기버스’ 개발을 시작해 2010년 개발이 완료돼 카이스트에서 8대를 운행했고, 현재 구미시에 시내버스 2대가 운행 중이다. 온라인 전기버스는 주행 및 정차 중에 도로 아래 설치된 충전기를 통해 무선충전이 가능한 방식이다. 자일대우버스는 2015년부터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를 개발해 제주도에 1대 판매했고, 올해 포항시에 20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는 외부에서 충전한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자일대우버스는 2007년부터 중국에서 전기버스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자일대우버스


이에 비춰보면 현대차가 그간 전기버스 개발에 다소 부진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버스는 디자인 차별화, 내장재 품질 고급화라는 경쟁 요소가 크게 부각되지 않아 제작 역량보다는 인건비 등 제작비용이 주요 마케팅 포인트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버스부문이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일렉시티는 256kWh 고용량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주행거리 최대 290km를 달릴 수 있다. 다만 이 거리는 자사 측정치다. 실제 운행에서는 승객 50명(약 3.5톤)을 태우고 에어컨을 틀고 달리게 되므로 290km에는 못 미친다고 봐야 한다. 이 배터리는 1회 충전에 67분이 걸리며, 30분만 충전할 경우 170km를 달릴 수 있다. 가격적인 이유를 고려해 단거리 운송에만 쓰일 경우 배터리 용량 128kWh도 선택 가능하다. 

 

충전시간이 중요한 것은 버스가 차고지에 입고된 후 충전되는 시간 동안 운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분 충전으로 170km를 갈 수 있다면 시내버스용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배차를 한 대라도 더 해야 이익이 남는 시내버스의 빡빡한 스케줄을 감안하면 10분도 긴 시간이지만, 연료비로 절감되는 비용도 있으니, 버스회사들은 계산기를 두드려 볼 것이다. 따라서 정부보조금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한정된 예산으로 전기차 도입을 늘리려면 연료비 절감으로 인한 이익과 충전시간으로 인한 손해의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일대우버스가 개발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를 현대차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차고지 입고 뒤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보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버스를 한 대라도 더 배차할 수 있어 버스회사가 반길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일렉시티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18년 초 출시까지 시장 수요, 정부 보조금 등 가격에 반영된 변수가 많다. 사진=현대자동차


이날 일렉시티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4억 원 또는 4억 8000만 원이라는 언급도 있었으나, 현대차는 “가격은 출시 직전까지도 고심해서 정하는데, 2018년 초 출시이므로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현대차로서는 가격을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 대략의 수요가 정해지면 주문량에 맞춰 배터리 가격을 협상할 수 있으므로 시장 수요가 관건이다. 그 전에 정부에서 전기버스를 얼마나 도입하고 보조금은 얼마가 책정되는가가 정해져야 한다. 아직은 가격 변수가 다양하고 불확실하다. 

 

시승을 하지 않아 일렉시티에 대한 승차감은 아직 알 수 없다. 내장재는 고급스런 소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버스 허리 부위에 좌석을 설치하는 대신 휠체어 공간 겸용 힙레스트(hip rest: 허리·엉덩이를 기댈 수 있는 쿠션)로 만든 부분은 좋은 아이디어였다. 승객 입장에서는 하차벨 디자인이 독특한 것 외에는 일반 시내버스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전기버스가 일반화된다면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농도가 치솟는 미세먼지를 더 이상 마시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공해라는 CNG버스조차도 이산화탄소는 나오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에 탄소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데, 이마저도 맡지 않아도 된다. 또한 매일 출퇴근에 이용하는 버스가 전기차라면, 전기차에 대한 심적 이질감도 낮아져 승용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불러올 수도 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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