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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선도한 예보, 대선 후 격랑 예고

노조 “폐지하면 성과보수 반납” vs 예보 “합법적 절차로 시행”

2017.05.05(Fri) 00:15:25

[비즈한국]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9개 금융 공공기관을 포함해 119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공기업 노동조합들이 반기를 들고 있는데 그 선봉에 예금보험공사노동조합(위원장 한형구)가 있다. 예보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폐지한다면 지난해 지급받은 1인당 평균 60만 원 안팎의 성과보수도 즉각 반납하겠다며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울 소재 예금보험공사 사옥. 사진=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

 

예보는 지난해 4월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금융공기업 중 노사 합의를 거쳐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곳은 예보와 주택금융공사뿐이다. 정부는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공기업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가능하게 취업규칙까지 바꿨다. 

 

예보는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에까지 확대해 올 1월부터 시행하는 가운데 오는 8월 성과연봉제 도입 평가를 앞둔 상황이다. 이러한 조기 노사 합의로 예보 직원들은 기본급 20%(직원 당 평균 60만 원)에 해당하는 성과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노조는 현재 직원들에 뜻에 반한 전임 노조 위원장과 곽범국 사장의 단독 합의로 성과연봉제가 확대 시행됐다며 재검토와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4월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찬반 투표에서 노조원 406명 중 250명(62.7%)이 반대하면서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며칠 후 전임 노조위원장과 기관장인 곽 사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격 합의했다. 

 

합의 며칠 후 전임 위원장은 “조직에 대한 ​정부의 ​불편한 시선을 우려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며 노조에 의미심장한 사과문을 올렸고 지난해 9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그리고 성과연봉제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현 한형구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당선됐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시행에 금융위원회와 청와대의 압력과 함께 곽 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노조 관계자는 “곽 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장을 거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수석위원을 역임한 후 2015년 5월 예보 사장으로 취임했다”며 “이러한 이력의 곽 사장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성과연봉제 도입 선도 공기업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명분으로 노조위원장을 압박해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곽 사장이 대선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본다. 노조 다른 관계자는 “곽 사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와 자유한국당 정책 수립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며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퇴임 수순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제외한 유력 대선 후보들은 성과연봉제 폐지나 재검토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폐지 후 원점 재검토”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노사합의 없이 도입된 성과연봉제에 대해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천명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당선되면 즉각 폐지하겠다”고 역설한다. 

 

노조는 “최근 설문조사에 응한 노조원 358명 전원이 성과연봉제 폐지에 찬성했고, 95%는 ‘성과보수를 반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며 고무돼 있다. 

 

한형구 위원장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직원들은 성과연봉제 폐지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폐지가 된다면 많지도 않은 금액의 인센티브를 언제든지 반납할 용의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는 민주적 절차에서 잘못됐다. 도입은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3일 시중은행 노조들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에 대해 예보는 성과연봉제 확대는 합법적인 절차에서 이뤄졌으며 노조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예보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사측과 노조의 정당한 대표권한을 가진 기관장과 노조위원장이 서명한 합법적 합의다”며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 대표자는 그 노조 또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합의 체결의 당사자인 전임 노조는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 상황에서, 체결 당사자도 아닌 현 노조가 특별한 근거도 없이 청와대와 금융위의 강압에 의해 체결했다고 단정하고 있다”며 “정당한 노사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철회 또는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노동 관계법령 등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예보 측은 “노조가 최근의 설문조사 내용을 거론하고 있다. 직원들이 격려금을 반납한다 해도 성과연봉제가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며 “설문 조사 내용을 살펴보니 대부분 결과편향적인 설문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설문대상 인원 571명 중 213명(37%)이 설문에 불참했으며 특정문항의 경우 설문참여자 중에서도 48%가 응답하지 않아 신뢰성에도 문제 있다”고 역설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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