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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대선주자들의 걱정스러운 국방 공약

정도를 걷는 공약을 발굴, 쉽고 정확한 용어로 밝히는 게 정치인의 임무다

2017.03.30(Thu) 16:24:33

[비즈한국]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방문 후 안 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국방공약인 국방개혁 5대 과제를 발표했다. 안 지사는 합참 중심 지휘체계 개편, 전시 작전통제권 임기 내 전환, 군 장성 수 감축, 방산비리 척결을 내세웠다. 또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략사령부’를 신설한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안 지사는 전략사령부를 신설하여, 한국군의 북핵대응 3대 전력인 킬 체인(발사 전 타격), KAMD(발사 즉시 요격), KMPR(발사 후 대량 보복)​ 역량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 특수전 전력, 미사일 전력, 사이버전, 우주전 능력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공약을 내 놓았다. 이를 통해 독자적 대북억제력이 강화된다는 것이 안지사 측의 논리였다.

 

UDT/SEAL 특수부대 훈련 모습. 사진=대한민국 해군 페이스북


같은 날,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국방공약을 내놓았는데, 홍준표 지사의 주요 국방공약은 ‘해병특전사’를 신설하는 것이었다. 해병특전사는 해병대와 특전사를 합한 해병특수전사령부를 설치하고, 기존의 육·해·공군 3군 체제 대신 4군 체제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군의 국방 정책이 지금까지 방어 위주였다면, 해병특전사가 추가된 4군 체제의 국방정책은 공세 위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난다면 특전사로 북한의 지휘부를 제거하고, 북한에 상륙작전을 벌여 북한을 압박하며, 이를 위해 해병특전사에는 인공지능, 로봇, 드론으로 무장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3월 15일 발표한 국방공약에 전략사령부 공약이 들어가 있다. 북핵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함동참모본부 산하에 전략사령부를 설치하고, 청와대에 북핵대응센터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세 대선후보의 공약에서 볼 수 있는 내용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기존의 군 조직에 없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한국군의 중요한 무기를 모은 다음, 이들이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전력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여러 대선주자들이 언급하는 ‘전략부대’의 기원은 무엇일까. 공개석상에서 이런 군 체제 개편을 주장한 가장 유명한 사람은 11대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박사의 ‘대통령 전략군’ 주장이다. 김태우 박사는 2009년 5월 14일 해군 함상토론회에서,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응징 보복전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주장의 요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전략잠수함, 이지스함, F-15K 전투기로 구성되는 병력1만의 전략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무기와 전력으로 새로운 부서를 만든다고 해서, 없던 전략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소위 ‘전략부대’의 핵심은 간단하다.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북한 핵무기의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대한민국이 가진 좋은 병사와 부대, 그리고 최신무기를 하나로 긁어모은 조직을 만들면, 이들의 전투력은 강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전력에 대응할 ‘전략적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해군에 이지스함이 있고, 공군에 F-15K 전투기와 F-35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되고, 육군에 유도탄사령부에 탄도 미사일이 배치되는 이유가 단순하지 않다. 이지스함이 배니까 해군이고, 비행기는 공군에 속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이유와 고려를 통해 정해지는 것이다. 

 

현무3 미사일 발사장면. 사진=대한민국 국방부 유튜브 캡처


이지스함을 살펴보자. 현재 우리 해군에 3척이 배치되어 있고, 추가로 3척이 배치될 이지스 구축함의 기본 기능은, 공군의 항공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해상에서 자신과 우리 해군 함정을 지킬 대공 전투력을 가진 방공 구축함의 역할이 최 우선순위이다. 이 방공 구축함으로서의 기능이 강력하여,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개조를 통하면 북핵 대응에 중요한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SM-3, SM-6)을 장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에는 대공 미사일과 함께, 수백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타격 가능한 순항미사일이 장착되어 있는 것이 이지스함의 북핵 대응능력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수백만 단위의 부품과 수백 명의 운용요원이 필요한, 한 척에 1조 원짜리 전투함에는 이런 임무 말고도 맡아야 하는 임무가 많다. 아군 영해 밖의 원거리에서 작전을 하며 적 잠수함으로부터 함대를 보호하고, 적 전투함과의 전투도 필요하다. F-15K나 F-35 전투기도, 그 전투기가 수행해야 할 수십 종류의 임무와 역할이 있고, 그에 따라서 작전을 수행하고 무장을 교환해서 임무에 투입된다. 

 

단순히 비싸고 좋은 3군의 무기를 모은다고 해서, 이 무기들이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기거나 강화될 것이라는 상상은, 아마 군대를 정상적으로 다녀와서 군 무기체계를 조작했거나, 회사에 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황당하게 느낄 것이다.

 

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특전사, 해병대, 그리고 사이버사령부의 해커들을 모아서 북핵 대응부대에 통합하겠다는데, 한국군의 중요한 인력 자산으로 특전사, 해병대, 사이버전 요원들이 중요한건 명백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정리된 임무와 우선순위가 존재한다.

 

특히 황당한 사실은 해병대와 사이버전 요원들을 북핵대응 전력으로 한다는 것이다. 해병대의 핵심 임무는 상륙작전이고, 이 상륙작전 임무는 정규전과 비슷하지만 해병대 요원들 대부분은 비정규전, 특수전 임무를 맡고 있지 않다. 해병대가 전쟁이 터지면 대동강을 타고 평양에 상륙해서 김정은을 공격할 수라도 있는 것인가.

 

사이버전 요원들과 사이버사령부는 평시 정보수집 활동을 통해 북한의 비밀스러운 핵무기 프로그램의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해킹으로 북한 미사일 사령부를 해킹해서 발사를 막는 등의 활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전사는 우리 군 특수전 전력의 중핵으로, 이미 유사시 북한 영토에 침투, 각종 폭파와 요인암살 임무를 맡고 있지만, 이것은 전쟁이 나면 김정은과 지휘부를 암살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미국 최고의 특수부대 ‘데브그루’는 빈 라덴을 사살하는데 성공했지만, 빈 라덴과 달리 김정은은 자신의 나라 안에서 지하 벙커를 옮겨 다니며 강력한 호위를 받고 있다. 전쟁은 액션영화가 아니다.

 

물론 북핵 대응을 위해서 현재 한국군의 전력을 개편하고 조직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의도 자체는 옳다. 그렇지만 일반인이 듣고 이해하기 쉬운 ‘공약’을 만들기 위해서 의미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상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현재 국방부가 마련한 북핵 대응 3대 전략인 킬 체인, KAMD, KMPR을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능력은 많다. 가령,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서 공격이 필요할 때 해군의 잠수함이나 이지스함의 순항미사일을 사용할지, 육군의 탄도탄을 사용할지, 공군의 전투기를 동원할지에 빠르게 결정하고 표적과 절차가 잘 배분되어야 한다. 지휘통제 부분에 대한 훈련과 역량, 그리고 합동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살고, 인기를 얻어야 대권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적용될 정책은 대개 전문가들이나 알 수 있도록 어렵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비판받기 쉬운 내용 없는 공약보다는, 어렵지만 정도를 걷는 공약을 발굴하여, 이를 국민에게 최대한 쉽고 정확한 용어로 밝히는 게 정치인의 임무 아닐까.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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