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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주말근무 안 하면 이상해 ‘이러려고 게임회사 다녔나’

한 번만 ‘쪽박’ 쳐도 바로 짐 싸는 게임업계…바닥 좁고 노조 없어 근로자 방어권 취약

2017.02.15(Wed) 18:18:36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게임산업. 성공만 하면 영업이익률 50%도 꿈의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는 흔히 ‘직원을 갈아서 게임을 만든다’라 표현되는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극악한 노동환경이 있다. 

 

게임회사에서 야근, 주말근무, 초과근무는 일상이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국내 대형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강 아무개 씨는 “게임 론칭 직전이면 철야를 계속해야 한다.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밤 12시 병원에 갔다가 새벽 2시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 일을 계속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 마블’로 유명한 넷마블은 엄청난 야근으로 인해 빌딩 불이 꺼지지 않아 ‘구로의 등대’라고 불린다.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넷마블은 지난 8일 야근 및 주말 근무 금지, 탄력 근무 제도 등을 도입하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야근 및 주말 근무가 만연하다는 뜻이다.

 

게임 산업 종사자를 괴롭히는 게 초과 근무만은 아니다. 취약한 노동 안정성도 있다. 해고 통보를 받으면 그대로 짐을 싸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출시한 ‘크로스 파이어’라는 FPS(First-Person Shooting: 1인칭 슈팅) 게임이 있다. ‘크로스 파이어’는 중국에서 말 그대로 ‘초대박’을 치며 동시접속자 600만 명을 기록하며 기네스에도 등재된 게임이다. 지난 2015년 글로벌 매출이 11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크로스 파이어’의 성공 덕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도 돈방석에 앉았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권 대표의 재산은 53억 달러로, 47억 달러에 그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크게 앞섰다.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스마일게이트의 근무환경은 일반 게임업체들과 다를 바 없다. 스마일게이트에서 2년여 근무한 ​문미소 씨(가명)​는 ​지난해 11월 소속 팀이 해체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다음 주 문 씨는 ‘2주 후 회사를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팀의 과장급 이상은 전부 나가야 했다. 2주 만에 급히 짐을 싸야 했던 문 씨는 2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은 게 전부였다.

 

문 씨는 “대형 게임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톱 게임회사라도 개발본부가 잘못 걸리면 ‘갈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똑같다”며 “​게임회사는 대부분 ​직업 안정성이 낮다. 몇 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주고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와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김 아무개 씨는 “게임업계는 연예인이나 택배기사처럼 자영업 개념이다. 야근이 심하고 잘리는 경우도 많아 평생직장 개념이 없다"며 "게임이 망하면 다른 팀 배치가 거의 안 돼 짐을 싸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회사 근무환경이 악화된 이유는 바닥이 좁고 노조가 없어 근로자 방어권이 취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선을 위해 어떤 일이 필요하겠냐는 질문에 김 씨는 “사실 답이 없다. 게임업계를 떠야 한다”고 자조적으로 답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대변해주는 답이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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